[철태만상] 조선소 노동자 자청했던 황제
[철태만상] 조선소 노동자 자청했던 황제
  • 김종대 페로타임즈 대표
  • 승인 2019.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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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 몰래 숨어들어 노동자로 일한 황제가 있다. 러시아의 황제 표도르 1세이다. 그는 로마노프 왕조의 두 번째 왕 알렉시스의 아들이다.

1697년, 표도르 황제는 250명이 넘는 대규모 사절단을 유럽에 파견하면서 자신도 사절단의 일원으로 참가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숙종이 상평통보를 주조하여 서울과 서북일부에 유통하게 했고, 경기지역 기마정예병을 선발하여 궐내와 동궁을 숙위하게 하는 금영위가 설치되던 시기였다. 임금이 산업기술을 배우러 해외로 떠나는 것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다.

이 시기에 러시아의 젊은 황제 표도르는 어머니에게 정사를 맡기고 공부에 몰두 했으나 어머니가 죽자 직접 통치를 시작했다. 그때 표도르의 나이는 25세.

표도르는 러시아를 직접 통치하면서 러시아를 부강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 13세기 이후 200년간 몽골의 지배하에 있었던 후진국 러시아를 부강케 하기 위해서는 몽골의 잔재를 완전히 떨어 버리고 유럽화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표도르 황제는 서구의 발달된 조선술을 배우기 위해 직접 나섰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동인도회사 조선소에 신분을 숨기고 들어가 일을 했다. 그 다음 런던으로 가서 조선기술 이론과 제도법을 공부했다.

가는 곳 마다 질문을 서슴지 않았다. 그의 지식욕과 기계공학에 관한 호기심은 대단했다. 러시아로 돌아온 표도르 황제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일련의 개혁 드라이브를 건다. 가장 먼저 궁정 귀족들의 수염을 직접 잘라버린다. 수염을 기른 자에게는 혹독한 세금을 추징했다. 긴 수염이 서구적인 문명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 한 것이다. 몽고풍의 긴 옷들도 서양식으로 바꾸고, 여인들의 옷도 가슴이 패인 유럽풍으로 입도록 했다.

표도르는 서유럽과 러시아를 이어줄 항구 개척을 숙원사업으로 삼고, 네바 강 하구에 새로운 도시, 페테르스부르크(레닌그라드. 現 상트페테르스부르크)를 건설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수도를 아예 모스크바에서 페테르스부르크로 옮겼다. 수도의 이전은 서구화 정책의 강력한 표현이었다. 내륙보다는 항구를 택한 것이다.

이런 표도르의 개혁드라이브는 오랜 북방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하고 표도르를 대제에 오르게 한다. 러시아가 유럽의 강국으로 성장한 과정이다.

오늘날 세계 강대국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러시아의 파워는 어찌 보면 황제가 직접 나서서 조선, 기계 등 기초산업의 엔지니어링을 구축한 일과 서구의 문명을 소통시킬 수 있도록 항만과 항구의 건설을 부단히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능케 한 이면에 철강산업이 버티고 있었던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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