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파리지하철
[철태만상] 파리지하철
  • 김종대
  • 승인 2019.10.17 0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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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파리지하철 승강장의 모습. 금융위기를 맞은 시기라 썰렁했다.
2014년 3월 파리지하철 승강장의 모습. 금융위기를 맞은 시기라 썰렁했다. 사진=김종대

파리 지하철은 빛바랜 명품가방 같다. 견고하고 엔틱한 구조는 이방인을 잔뜩 겁먹게 한다.

파리 지하철이 2차 대전의 모진 폭격에도 끄떡 없었던 이유는 좁디좁은 골목길로 이어진 통로 와 50~100여 미터 이상 땅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방인들은 미로의 공포와 음산한 기운에 잔뜩 긴장하기 일쑤이다.

센강 인근의 샹뜨 미셀(SaintMichel) 지하철은 지하 50여 미터를 내려가서야 개찰구를 만난다. 에스컬레이터는 없다. 다리근육을 많이 써야하는 옛날 구조이다. 계단에서 내려다보이는 역사는 두터운 철판으로 둘러 쌓여있다. 흡사 군부대 작전사령실 같다.

이 지하철의 역사가 세워진 곳은 샤틀레이다. 이 밑으로 센강이 흐른다.

샤틀레 역사(驛舍)를 건설한 프랑스 ‘샤뇨’(건설회사)는 스며드는 물을 막기 위해 무려 40개의 강철 튜넷(철구조 물)을 땅속에 묻었다. 영하 20도로 소금물을 얼리고, 10개월에 걸쳐 지하 4.5미터에 강철 튜넷 3개를 넣은 것이다.

‘샤뇨(chagnaud)는 1904년에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착공은 1905년에 시작했다. 아무튼, 약 110년 된 이 지하철의 승차장은 건재하다. 모든 벽면들은 사방이 철판으로 강건하게 마무리되었다. 철판을 잇는 리벳도 부실한 구석이 안 보인다.

프랑스의 토목엔지니어링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건설회사는 ‘브이그’이다. 브이그의 회장은 “한 사람의 똑똑한 엔 지니어가 기발한 공학을 창조함으로써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과 비슷하다.

‘브이그’의 창업자는 구스타프 에펠이 졸업한 학교를 나왔다. 에콜샹트랄 파리(에콜폴리테크닉)이다. 이 학교는 나폴레옹이 만든 최고의 공과대학이다. 에콜샹트랄 데자르 엔 마뉼팩트로 (매뉴팩처)종합공과대학의 역사는 200년이 넘었다.

포병 장교 출신이었던 나폴레옹은 “미래의 군 간부는 공학적인 바탕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아래 에콜폴리테크 를 설립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은 졸업 후 장교로 복무하지만 지휘를 하는 것 이 아니라 군수 관련 연구와 조달 업무 (DGA:델리게이션 제너럴 아르먼트:무 장)를 수행한다.

한국의 조달본부도 프랑스를 벤치마킹 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방위산업청의 무기조달은 현직 군인(중령, 대령)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데 모두 에콜폴리 테크 출신이라고 한다. 이곳 출신들은 졸업후 일반대학 즉, 국립행정대학원 에 입학하여 정계에 진출하는 엘리트 코스를 곧잘 이용한단다. 프랑스를 움직이는 테크니컬 리더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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