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티센크루프와 KG동부제철
[페로칼럼] 티센크루프와 KG동부제철
  • 김종대
  • 승인 2019.1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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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티센크루프가 최초로 여성 전문경영인(CEO)인 마르티나메르츠를 선임했다. 글로벌 철강업계가 관심을 높인 것은 비단 여성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200년 역사의 기업이 새로운 선택과 시도를 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티센크루프는 프리드리히 카를 크루프가 1811년 독일에 주강 공장을 설립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긴 업력만큼이나 흥망성쇠를 모두 겪었다.

1893년 조선소 인수한 것을 비롯해 디젤 엔진 공장(루돌프디젤 합작) 건설, 광산 및 물류회사를 거느렸고, 1970년대 자동차 사업 인수, 1990년대 엘리베이터 사업까지 진출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철옹성 같이 여겨졌던 티센크루프의 위기를 암시했다. 철강 가격은 불과 2~3개월 동안 40% 폭락했다. 비슷한 시기 추진된 스테인리스 공장 건설은 그룹 전체를 흔들었다. 알라바마와 브라질에 건설한 2개 공장에서만 100억 달러(12조원) 이상의 손실이 났다. 2012년 미국 스테인리스 공장은 오토쿰프에 매각됐다. 미국 나머지 공장은 최초 제안된 40억 달러의 반도 안 되는 15억5000만 달러에 팔렸다.

2015년 재건을 위한 계획이 수립된다. 북미에 8억 유로 이상의 투자가 대표적이다. 2017년에는 타타스틸과 유럽 철강 사업 통합을 발표했다. 양사는 작년 6월 계약을 체결하고, 5:5의 합작 회사인 티센크루프타타스틸 출범에 합의했다. 유럽 2위 규모의 ‘공룡’이 탄생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6월 독과점 폐해를 근거로 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반대로 무산됐다.

CEO인 마르티나메르츠 행보에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업황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평가된다. 기업 명운을 가릴 중차대한 시기에 어떻게 재기를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경쟁사들의 관심과 긴장감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

KG동부제철에 대한 관심도 같은 맥락이다. 동부제철은 1990년대 당진공장 건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승승장구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진행된 전기로 열연공장 투자는 막대한 손실을 불러왔고 금융 등을 아우르는 그룹을 쪼개놓았다.

5년간의 채권단 관리가 끝나고 KG동부제철의 새로운 사령탑이 구성됐다. 철강업계에서 유례가 없는 비(非) 철강분야 수장이 들어왔다. 바로 곽재선 KG그룹 회장이다. ‘최초’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티센크루프 여성 CEO와 닮아 있다.

곽재선 회장은 이세철 대표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세철 대표는 각 철강사들이 섭외 ‘0순위’로 꼽는 포스코 현대제철 출신도 아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한 곽 회장의 진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또 한국철강협회 회장단으로도 가입했다. KG동부제철의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재건을 위한 주변 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기득권 유지에 골몰한 나머지 ‘보신주의’가 만연한 철강사 일부에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에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티센크루프나 KG동부제철 외에 아르셀로미탈, 바오우그룹, 일본제철 등 1등 기업들도 과거의 성장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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