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선두기업의 위기는 소리없이 시작됐다
[페로칼럼] 선두기업의 위기는 소리없이 시작됐다
  • 김종혁
  • 승인 2019.09.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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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중국은 세계적인 IT국가다. 전세계가 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를 주목하며 붙였던 수식어다. 중국은 더 이상 ‘짝퉁’ ‘저가(低價)’ 공화국이 아니다. 샤오미 화훼이 알리바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글로벌 페러다임을 뒤집을 만한 혁신을 이뤄낸 것이 인식을 뒤바꿔 놨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대륙의 창업 열기를 달구고 있다. 제 2의 혁신 기업들이 그 태동을 잇달아 알린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한중 대학생 창업 생태계 비교연구에 따르면 작년 한국 대학 졸업생들의 창업률은 0.8%, 중국은 그 10배인 8.0%이다. 하루에 1만6000개 창업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지놈사가 세계 150개 도시의 창업 생태계를 분석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1위는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북경과 상해가 4위, 8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30위에 머물렀다.

철강을 보자.

중국은 2016년 14차 5개년 계획을 시작했다. 그 맥락 속에서 1억5000만톤의 설비능력이 폐쇄됐다. 중국산 수입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 철강기업은 일장춘몽을 맛봤다. 2016-2017년 판매와 수익성은 수직상승했지만, 작년부터 불황 속으로 다시 빠졌다. 올해는 수입마저 폭증하면서 그 침체의 골이 깊어졌다.

중국은 속도를 더했다. 폐쇄된 설비능력 만큼 최신 설비로 증설하는 치환증설에 속도를 가했다. 대형화, 전기로 중심의 증설, 해안으로의 생산기지 이동이 골자다. 환경까지 고려했다.

친환경설비인 전기로는 14차 계획이 끝나는 2025년까지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10억톤 이상의 조강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면, 2억톤에 이른다. 폐쇄된 설비가 모두 전기로로 대체되는 셈이다. 바오우그룹은 2016년 말 무한강철그룹 합병에 이어 최근 마강그룹 지분 51%를 인수했다.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1억톤 공룡의 탄생을 알렸다.

철강 유통시장의 미래는 온라인직거래이다. 중국은 이미 시작됐다. 작년 거래량은 2억톤을 웃돌았다. 국내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스틸포유, 소기업인 스틸맨 정도가 ‘오픈마켓’ 플랫폼의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현재 규모는 차치하고라도 기술 및 설비, 거래 플랫폼 등에서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중국이 멀찌감치 변화의 길로 들어선 와중에 우리는 산업의 뼈대인 고로의 가동 중단 위기까지 몰렸다. 블리더 개방으로 방출된 오염물질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철강사간의 협력은커녕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포스코의 경우 50년 철강 역사의 근간이 된 철강 고객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제3국산 소재를 조달하느라 눈치 보기까지 한다. 올해 포스코의 수익성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고객들이 포스코의 시장 기반을 다시 받쳐줄지는 미지수다.

철강산업 성장을 견인한 3000만톤 규모의 수출은 올해로 그 벽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유럽의 무역장벽이 직격탄이 됐다. ‘제2의 내수’로 인식되는 동남아에서는 일본에 밀리는 형국이다. 일본제철, JFE스틸, 공영제강 등 주요 철강사들은 2016년부터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추가 설비투자에 적극적이다.

한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노키아의 몰락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 철강 1위의 자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포스코 중심으로 성장한 철강산업, 포스코의 이익쏠림이 극심해진 작금의 현실에서 한국 철강 산업지도를 바꿀만한 새로운 시도와 변혁, 이를 주도할 정부의 정책과 개별 기업들의 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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