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성공사례③] 수출 감소 위기, FTA로 단기간 극복
[FTA 성공사례③] 수출 감소 위기, FTA로 단기간 극복
  • 최현웅
  • 승인 2021.10.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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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수출 한계 극복 위해 中톈진에 투자
가격 위주로 경쟁 심화되자 매출 급감
한-중 FTA 활용하자 가격 경쟁력 확보
한-미 FTA 통해 신규시장 개척 성과도

비즈니스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불린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는 반면, 그만큼의 기업들이 사라진다. 사소한 차이가 생사를 가를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그렇다.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일 경우 1원이라도 더 싸게 만들어내야 한다.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만, 한계가 있다. 이런 기업들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볼 만하다.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면 단기간에 관세 절감액만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 2014년, 3분기 매출 실적을 집계한 K사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딛고자 남들보다 한발 앞서 2007년 중국 톈진에 자회사를 설립해 진출한 지 7년여 만에 대중국 수출이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그동안 겪어왔던 것과는 다른 위기감 속에 K사 경영진들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며, 그 돌파구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를 놓고 고심했다.

K사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 사진=K사 홈페이지 캡처
K사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 사진=K사 홈페이지 캡처

 

치열한 경쟁에 중국 수출 감소

경상북도 경산시에 소재한 K사는 지난 1978년 설립해 볼과 스터드, 볼핀 등 자동차 조향장치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전문 업체로 성장해 왔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투자를 통해 기술규격 인증 취득 등 냉간단조 분야에서 다수의 독자 기술을 개발해 매출을 꾸준히 늘려왔으며, 중국 진출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주요 생산품목은 ‘볼 스터드(Ball stud)’와 ‘볼 핀(Ball pin)이다. 볼 스터드는 조향장치에 연결되어 차량의 흔들림을 방지하고 하중을 지지하는 부품이며, 볼 핀은 조향장치에 장착되어 차축과 전륜의 정렬을 유지하는 부품이다.

자료=한국무역협회
자료=한국무역협회

K사의 매출(수출)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완성차 업체의 2차 협력사로서 자동차 조향장치를 제조하는 1차 협력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로컬수출’이다. 두 번째는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중국 업체와 신규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에 ‘직수출’을 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톈진에 설립한 자회사를 활용해, 한국 본사에서 원재료를 수출한 뒤 자회사 공장에서 이를 제품으로 가공해 중국 고객사에 공급하는 ‘기업내 무역’ 방식이다.

K사가 중국 시장에 뛰어든 것은 내수시장의 경쟁심화와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미국을 제치고 자동차 생산대국이 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성에도 큰 기대를 걸었다. 톈진 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현지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이자,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국내 완성차 업체 의존도를 줄여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제조업 강국 중국은 만만치 않았다. 중국 고객사는 지속적으로 부품의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K사의 주 생산제품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 부품이었기 때문에 한국시장 내에서보다 더 심하게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가격경쟁을 벌여야 했다. 톈진 자회사는 기투자한 고정비용에 매출 감소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됐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되겠으나 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당장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했다. K사 경영진들이 찾고자 한 돌파구는 바로 ‘가격경쟁력 확보’였다.

자료=한국무역협회
자료=한국무역협회

이런 가운데 2015년 12월 2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했다.

K사의 제품이 FTA 특혜관세 대상 품목에 포함된다면 수입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그만큼 중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수출업계는 거래국의 수입관세가 1% 낮아지면 내수 판매가격은 10% 이상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가격 경쟁력, ‘FTA’로 확보하라

때마침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도 FTA 검증을 위해 원산지(포괄)확인서 등 관련 서류의 발급을 요구하고 있었다. FTA를 활용해 본 경험이 없었기에 미뤄두고 있었지만,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최고경영자(CEO)는 FTA를 활용한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하자며 본격적으로 FTA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2013년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는 중소기업청의 FTA 활용지원 컨설턴트에 도움을 요청했다.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우선 한-중 FTA를 통해 K사가 어느 수준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품목별 관세 절감 효과를 분석했다.

컨설턴트의 설명에 따라 제품의 HS코드의 정합성을 검토한 결과, K사는 지금까지 수출품을 단순히 자동차 부품으로 자체 판단해 제8708.99호(기타)로 분류한 오류를 발견하고 정확한 HS코드인 제8708.94호(운전대·스티어링칼럼·운전박스와 그 부분품)로 바로 잡았다. 한-중 FTA에서 승용자동차용 부품을 제외한 트랙터 덤프차 부품(기본세율 6%)과 승합차, 화물차, 특수용도차량 부품(기본세율 10%)의 세율은 15단계에 걸쳐 균등 철폐되는데, 수정된 HS코드는 여기에 해당됐다.

자료=한국무역협회
자료=한국무역협회

이에 K사 경영진은 가격경쟁력 강화 방안에 FTA 활용 실익을 반영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 FTA 관세철폐 스케줄에 맞춘 중국 시장의 가격경쟁력 확보 방안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중·장기적인 수입관세 인하 계획을 중국 고객사와 공유하면서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거래 관계를 구축하는 등 신뢰를 쌓아나가면서 추가 발주를 유도했다.


 

중국 생산설비, 국내로 이전

다음으로 추진해야 할 일은 제조원가 절감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중국도 인건비가 상승한데다가 로컬업체와의 경쟁 과열, 지방정부의 세제혜택 축소 등이 겹치면서 톈진 자회사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따라서 K사는 중국내 일부 제조라인을 국내로 이전해 통합키로 결정했다. 이 또한 한-중 FTA 관세철폐 스케줄을 반영해 철폐율이 큰 품목부터 우선 국내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한편, K사는 중국시장 매출 감소에 대비해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마침 미국 T사와 수출 계약을 협의하게 되었다.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가 발효됐기 때문에 계약을 위한 협상 단계에서 K사가 먼저 한-미 FTA 원산지증명서를 제공했다. 거래품목인 자동차(트랙터 제외) 부품은 기본세율 2.5%에서 FTA 특혜관세율인 0%가 적용된다. 바이어는 흔쾌히 계약서에 서명했고 K사는 33만 달러 규모의 제품을 미국에 처음으로 직수출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일은 국내 고객사의 원산지 검증에 대비한 원산지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협력업체들의 원산지 관리 능력을 고취시키고 FTA 활용을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협력업체들이 발급한 원산지(포괄)확인서 등 관련 서류에 대해 현장 실사를 실시한다. 평가 결과 원산지 관리 점수가 낮으면 신모델 개발 시 참여 배제, 발주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는데, 이는 협력업체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산지 관리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K사는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FTA 매뉴얼 등 근거서류를 구비하는 한편, 관세청이 개발해 무료로 보급하고 있는 중소기업용 원산지관리시스템인 ‘FTA-PASS’를 도입해 종합적인 원산지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수출 189% 증가, 미국 시장 개척

FTA를 준비한 지 1년도 안됐지만 K사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한-중 FTA 기대 효과 및 생산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고객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생산 체계로 전환하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대 중국 수출이 2015년 1분기 증가세(94.23%)로 반등, 예전의 수주 물량을 회복했다.

이어 한-미 FTA를 활용해 미국 시장 개척에 성공함으로써 신규 거래선을 확보해 33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로써 2014년 하반기 73만 달러였던 K사 수출액은 2015년 상반기에는 139만 달러로 189%나 증가했다.

중국 자회사의 생산라인을 국내로 이전한 K사는 생산능력 확충을 통한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 계획에는 신규 직원 채용도 포함돼 있다. 해외 생산물량을 국내로 이전에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FTA의 활용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K사의 기업 이미지도 향상됐다는 점은 더욱 고무적이다. 고객들에게 유리한 가격 조건을 제시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 잠재 고객사들도 K사 제품에 대해 더 많은 호감을 갖게 되었다.

K사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미국에 이어 FTA를 체결한 국가들에 대한 마케팅을 확대해 수출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FTA활용팁-3] 원산지인증수출자 제도

‘원산지인증수출자제도’는 관세당국이 원산지증명 능력이 있다고 인증한 수출자에게 원산지증명서 발급권한(한-EU FTA) 또는 첨부서류 제출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자료=한국무역협회
자료=한국무역협회

원산지인증수출자로고

- 2010년부터 도입되어 EU 수출 및 FTA 활용확산에 크게 기여해 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인증수출자’를 기업들이 마케팅‧영업‧홍보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2018년 관세청이 도입한 인증 로고다.
- 로고에는 ‘인증수출자’를 FTA 협정(EU 등)에서 표기하고 있는 ‘Approved EXporter’ 머리글자를 사용했으며, 사용자이 이해 편의를 위해 ‘Korea’, ‘FTA’ 문구를 삽입했다.
- 인증수출자 로고는 세관의 원산지 관리능력 심사를 통해 인증을 받은 수출기업 등에게 제공하는 ‘인증수출자 인증서’에 표기되고 있으며, 인증기업의 종사자 등은 명함, 회사 현판 등에 삽입하여 제작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원산지인증수출자 로고. 사진=관세청
원산지인증수출자 로고. 사진=관세청

 

자료=한국무역협회
자료=한국무역협회

업체별 인증수출자와 품목별 인증수출자의 신청시 인증요건이 다르고 혜택이 상이하므로 다음 사항을 고려하여 업체에서 선택한다.
- 많은 사람들이 여러 협정국가에 수출하거나. 향후 EU로 수출이 예상될 경우 업체별 인증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 적은 품목을 특정 국가(아세안 지역, 인도)로 수출하고 EU지역 수출이 적은 경우에는 인증절차가 간단한 품목별 인증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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