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다리의 미학(美學)
[철태만상] 다리의 미학(美學)
  • 김종대 페로타임즈 대표
  • 승인 2019.09.17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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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인강에는 히틀러가 땅을 치고 후회했던 다리가 있다. 라인강 최초의 다리 ‘루덴 도르프 다리’이다. 연합군의 빠른 공격 루트를 차단하기 위해 이 다리의 폭파를 명령했으나 다리는 어쩐 일인지 폭파되지 않았다. 덕분에 연합군은 발을 강물에 담그지 않고 독일로 진입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다리이다.

몇 해 전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다리’에서는 이색 이벤트가 진행됐다. 헬기를 타고 온 타이거우즈가 이 다리 위에서 ‘대륙을 뛰어 넘는 드라이버 샷’ 이벤트를 벌였다. 덕택에 차량이 꽉 막혀 이벤트 주관사는 흉측한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한국 최초의 한강철교는 6,25동란 당시 많은 피난민이 다리 폭파와 함께 강물 아래로 떨어져 죽었던 한 많은 다리이고, 성수대교는 부실공사의 대명사로 각인된 다리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구름에 걸린 엄청난 규모의 현수교가 있다. ‘골든게이트브리지’의 위용은 절로 감탄사를 튀어 나오게 만든다. ‘골든게이트브리지’ 초입에 세워진 조셉B 스트라우스의 동상에는 이런 글이 새겨있다.

“다리의 수명은 얼마나 됩니까”

“영원 합니다”

“됐소! 건설자금은 우리가 대겠소”

골든게이트브리지(이하 금문교)를 건설하겠다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 당사자들의 대범함과 결단력은 너무 단순했으나, US스틸과 베들레햄스틸이라는 거대 철강기업이 자국내에 있었기 때문에 금문교 건설을 손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전경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면 행운이다. 1996년에 찾아갔던 금문교는 화려한 속살을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겨우 다리 일부만 구름에 매달려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환상적인 착각을 갖게 했다.

금문교 현수교에 사용된 와이어로프의 결집상태.사진=김종대
금문교 현수교에 사용된 와이어로프의 결집상태.사진=김종대

 

“엄청난 양의 철제빔과 와이어로프가 사용됐구먼,

일찍 알았다면 우리 제품을 몽땅 팔 수 있었는데...”

일행이었던 J철강유통사의 대표가 느닷없이 던진 허풍에 동행자 모두 웃고 말았지만 실제로 금문교에 사용된 와이어로프에 모두 홀려있었다.

금문교 입구에 전시된 와어로프의 단면(사진)은 어마어마하다.

가는 와이어로프를 꼬아 어른 주먹 크기의 와이어로프로 만들고, 이들을 다시 결합시켜 지름 2미터 이상의 대형 로프로 완성된 와이어로프의 구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고베의 아카시카이교, 인천대교와 용호대교 등의 다리들은 날이 갈수록 첨단기술의 벽을 넘어 예술적 미학을 느끼게 해 준다.

다리를 보면 그 나라 제조산업과 엔지니어링 기술을 엿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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