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취미] 오디세우스의 상처 입은 영광
[일과 취미] 오디세우스의 상처 입은 영광
  • 김종대 옮김
  • 승인 2019.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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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의 상처 입은 영광' 고원재 作
'오디세우스의 상처 입은 영광' 고원재 作

 

[고원재의 사진세계] 돌 만큼 시간의 흔적이 더디게 기록되는 대상은 없다. 시간은 돌에서 가장 느리게 흘러서, 돌의 시간은 일상적인 시간 감각으로는 측정될 수가 없다.

1억5천만 년전 쥐라기시대에 바다 속에 있다가 지각변동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위들의 현재에 사진작가 고원재는 앵글을 맞췄다. 대략 15만 년전에 호 모사피엔스가 출현했다고 할 때, 이 바위의 원초적인 실상을 가늠 할 수 있다.

고원재는 태고적 지각변동이 만들어낸 태백준령의 강릉 주변에 위치한 바위들의 숨결을 느끼고 자랐다. 익히 보아왔지만 아직 보지 못했던 바위들의 시간과 이야기에 그는 이제야 눈을 뜬다.

아들바위 갓바위 등 숱한 사연이 깃든 돌들의 형상에서 사진적 이미지를 채취하여 바위들의 숨겨진 형상은 자연에게는 장시간 자신을 드러내는 결과이지만 현대의 인간에게 그것은 신화세계에서 현대문명에 이르기까지 숱한 이미지들을 연상 시킨다.

<소나무는 휴머니즘이다>가 고원재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것이라면 작품집 <천년의 내밀 한 기억>은 작가의 생의지(生意志)적 측면을 드러낸다.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긴 세월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서히 자신을 일궈온 바위의 의지에 작가 고원재는 동감한다.

작가 고원재가 포착한 이미지는 인물과 초상이다. 기나긴 항해를 통해 생사의 기로에서 귀향을 의미하는 작품 <오디세우스의 상처 입은 영광>은 작가 고원재가 바위에 새겨진 형상에서 인간과 동물의 삶의 애환을 엿보는 듯하다.

글:유헌식(텍스트해설가.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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