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포스코 “얼마면 사시겠습니까?” 고객사 “못삽니다”
[핫이슈] 포스코 “얼마면 사시겠습니까?” 고객사 “못삽니다”
  • 김종혁
  • 승인 2019.09.0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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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동부 동국 세아 등 열연 최대고객 감산 재고과다 등 구매여건 악화
포스코 열연판매 자연히 감소…판매점 주문요청에도 “수용 어려워”
열연 수출시장 400달러 중후반 포스코 수출확대시 이익급감 예상
사진=페로타임즈DB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판매부진, 재고과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장기침체를 겪은 탓이다. 가을철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는 국내 최대 열연 소재 공급사인 포스코에 부메랑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열연 최대 구매 기업인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세아제강 등 ‘빅3’ 단압 밀(mill)들은 성수기 진입에도 열연 구매를 되레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산 열연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KG동부는 최근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KG그룹 인수 이후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적자 품목의 생산을 대폭 줄인 것이다. 열연 주문량은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같은 냉연도금재 주력 생산기업인 동국제강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열연소재는 물론 제품재고도 ‘과다’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세아제강은 판매가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연소재는 이미 중국산 등 가격이 낮은 수입산 구매로 돌아서기도 했다.

포스코가 이들 단압 밀에 열연 가격을 2만원 올리기로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가격을 맞춰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수입산 가격이 워낙 낮을뿐더러 재고도 과다인 상태여서 구매를 늘려줄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포스코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좁아진 국내 판로를 수출로 만회하기가 녹록치 않다. 이익을 포기하고 판매를 늘려야할지도 고민스럽다.

무역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제철소들의 열연 판매 접전지역인 동남아 가격은 CFR 톤당 460~470달러 수준이다. 중국산 오퍼 가격은 480~500달러로 공표되고 있지만 실제 성약 가격은 크게 낮은 게 현실이다. 포스코의 국내 판매점에 공급하는 가격은 베이스 기준 64만5000원으로, 약 540달러에 이른다. 대형 고객사인 단압 밀은 이보다 낮지만, 최소 60만원(500달러) 이상이다. 수출을 늘리자면 이익을 크게 포기해야 하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인도 러시아 등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중국산조차 가격에서 밀리고 있다”며 “열연은 400달러 중후반대로 크게 낮아졌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침체된 상황이어서 이 가격에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유통부문의 주문도 많지 않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주문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오고 있지만, 판매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주문을 받으면 재고부담이 커질 상황이어서 전반적으로 구매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올해 높은 수익성을 고집하면서 국내 고객 기반을 스스로 저버렸다”며 “중국은 물론 인도 러시아 베트남까지 가세한 아시아 열연 시장에서 포스코 입지는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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