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성직자는 교량 기술자
[철태만상] 성직자는 교량 기술자
  • 김종대
  • 승인 2019.08.27 0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여수 동동다리
여수 동동다리=사진 김종대

철의 위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조물은 고층 빌딩과 수십Km의 길을 만들고 있는 대형 교량이다. 에펠탑은 예술적 가치를 뿜어내지만, 교량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과 교역의 길을 만들면서 지구촌을 더욱 가깝게 해주는 국가적인 소중한 인프라이다.

시실리섬과 이탈리아 본토를 갈라 놓은 메시나 해협을 잇기 위해 3,300m의 교량을 건설한다거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를 이어주는 아카바교, 그리고 유럽을 연결하는 지브롤터교와 같은 교량 가설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대형 현수교와 같은 교량이 새롭게 건설될 때마다 철강재는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력한 파워를 뿜어낸다. 지구촌 곳곳에서 긴 다리들이 경쟁적으로 가설되는 모습은 세계적인 관심사이며, 철강 산업에 청신호를 알리는 일이다.

교량의 어원은 나라마다 다르다. ‘브리지’(영), ‘브뤼케’(독), ‘브르그’(네)로 읽히는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노르웨이나 북유럽 3국은 ‘브로’로 부르고, 라틴어는 ‘Pons’를 쓴다. 프랑스는 ‘Pont’,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Ponte’, 스페인은 ‘Puente’로 쓴다. 한국에서는 ‘다리’나 ‘교량’이지만 일본은 한자어 바시(橋)로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고대 로마시대에 교량을 만들거나 시공하는 일을 성직자가 맡았다는 팩트이다. 교량은 영토 확대의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교량을 가설하는 기술을 가진 일 자체를 명예롭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 진위는 어원에서 찾을 수 있다.

로마교황은 최고의 사교(司敎)인 ‘폰티펙스 막시무스’(Ponti fex maximus)라고 했다.

교량(ponti)을 만드는(fex) 리더라는 의미이다. 유럽만 그런 유래가 있는 것이 아니다. 7세기경 일본에서도 교량은 승려들의 손에 의해 가설되었다.

교토에 위치한 ‘우지바시’는 153m에 불과 한 다리이지만 646년에 원흥사의 승려였던 도우토(道登)가 만들었다. 일본 최초의 큰 스님으로 알려진 행기(行基)는 726년에 제자들과 함께 교토의 ‘야마사키바시’를 가설했고, 기즈가와의 ‘이즈미가교’와 ‘다카세대교’를 가설했다. 행기 스님은 일본에서 출생하여 일본의 제방과 토목사업을 부흥시킨 백제 왕인박사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승려가 ‘길을 열어 교량을 가설한다.’는 것은 중생을 제도하여 불교 이상을 실현하고, 고통과 고난으로부터 깨달음의 세계로 건너 간다는 의미이다. 고대에 교량건설을 가장 신성한 종교행사로 일환으로 삼았던 일은 삼봉 정도전이 “길을 만드는 것은 왕도의 일단”이라고 했던 주장과 상통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