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고철 모으기’ 캠페인
[페로칼럼] ‘고철 모으기’ 캠페인
  • 김종혁
  • 승인 2019.08.2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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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일본 철스크랩(고철) 검수 및 하역에 정부의 개입이 잇따른다. 지역 세관에 이어 환경부 관계자들까지 최근 몇 몇 고철 수입업체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일본산 수입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게 전기로 제강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연간 400만 톤, 월에 30만 톤 이상의 고철을 당장 대체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든 들여와야 하고, 들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방사능 검출이 쟁점인데 검수는 이미 일본 항에서부터 국내 통관 및 하역, 제강사 입고시까지 철저한 시스템 속에서 이뤄지고 있어서 문제될 일이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영향은 적지 않다. 심리적 압박이다. 일본 현지에서 선박을 구하는 문제부터 그렇다. 한국에 들어가면 검수로 인해 발이 붙들릴 것이란 우려감이다.

제강사들이 연이어 국내 고철 가격을 인상했다. 특별구매 형식으로 톤당 2만 원을 올렸다. 원치 않은 인상이었다. 글로벌 가격은 지표인 대형모선으로부터 일본산 모두 하락 조정을 받는 시기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 등은 대형모선은 물론 러시아산 계약에 나섰다. 단기적으로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보험 성격이 짙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참에 수익을 많이 올려보자는 시장 일부에서의 ‘투기적’ 기대감이다. 세관이 일본산 검수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인상은 기정사실화 됐고, 물동량은 잠겼다.

또 다시 바닥에서부터 가격이 오르고, 이를 중상, 구좌업체까지 나서서 비싼 가격에 구매하면 수익에는 ‘말짱도루묵’, ‘제로섬게임’이다. ‘로또’가 될지, ‘폭탄’이 될지 모르는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자금 부담만 키울 뿐이다.

최종 부담은 제강사로 몰린다. 제강사들은 사태(?)만 안정되면 고철 가격 인하에 온 힘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그간 쌓였던 원가적 부담을 만회하기 위함이다. 그 전에라도 고철 구매를 기피하고, 반제품인 빌릿 수입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어떠한 경우든 지나친 상승 기대감으로 접근한 고철업체의 매입매출 행태는 고스란히 손실로 안겨질 것이다. 안 그래도 하반기 철근 업황이 상반기보다 확연히 꺾이는 분위기여서 제강사들은 시장의 기대를 채워줄 형편이 안 된다.

1997년 IMF 사태로 한국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몰렸다. 304억 달러에 이르는 외화부채를 해결할 수 없었다. 위기에 공감한 국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전국 351만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1998년 1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장롱속 돌반지까지 꺼내 들고 ‘대한민국 구하기’에 나섰다. 5개 금융기관들이 창구 역할을 했다. 1,2월 전국에서 227톤의 금이 모아졌다. 외화 18억2000만 달러 규모가 걷혔다.

이제 ‘고철 모으기’ 운동이 필요할 때다. 일본산 수입이 지장 없이 이뤄진다 해도 최근의 심리적 압박 및 시장의 불안감은 고철업계 만이 해소해 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고철 사용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핵심은 제강업계와의 신뢰다. 제강사 시스템이 제 아무리 좋아도, 고철업계가 특화된 시장 전문가들이라도 상호 신뢰가 없으면 동반성장은 요원하다.

제강사들은 특히 시장에 신뢰를 주어야 한다. 고철 가격 결정의 주체이고, 시장 방향을 이끄는 사실상 주도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고철업계는 정부가 일본 고철 검수에 개입하면서부터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제강사들이) 그동안 심하게 가격을 내렸다. 이번엔 3만 원 이상 올려야 할 것이다. 누가 이 상황에 고철을 납품하겠느냐”

위기에 손을 내밀면 평생 잊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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