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고철 도둑
[철태만상] 고철 도둑
  • 김종대
  • 승인 2019.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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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철 도둑은 영국의 유명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품 <사진·옆으로 누운 사람>을 훔쳐 고물상에 단돈 8만원에 팔아넘기기도 했다.
한 고철 도둑은 영국의 유명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품 <사진·옆으로 누운 사람>을 훔쳐 고물상에 단돈 8만원에 팔아넘기기도 했다.사진=헨리 무어 재단 홈페 캡쳐

고철은 자체가 제품이며 원료다. 고철 품귀현상이 발생하면 도둑이 설친다. 절도행각도 천태만상이다. 10여 년 전 주한(駐韓) 스위스 대사관 직원들은 출근길에 황당한 사태를 목격했다. 정문 오른쪽 담벼락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내려와 있어야 할 우수관(雨水管)이 담장 중간쯤에서 잘려 너덜거리고 있었다.

고철 값이 폭등하자 누군가 관을 고의로 떼어간것이다. 대사관 외벽의 우수관 3개 중 2개가 없어졌는데, 접합 부위를 손으로 흔들어 각각 1m씩 모두 2m가량을 떼어갔다. 고물상에 갖다 팔아야 1만원도 안되는 것인데....

고철 도둑들은 하수구 덮개, 철제 다리 난간, 전선, 교통표지판에 이르기까지 돈이 되는 고철이라면 무조건 뜯어간다. 집하수구에 설치된 쇠 빗물받이 230여개 도난 사건, 고깃집 불판 600개를 훔쳐간 도둑, 다세대 주택 옥상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금속판만 떼 낸 도둑 등 가지가지이다.

스테인리스 대문이 없어지는가 하면, 아파트마다 설치된 철제 의류수거함을 뜯어가는 도둑도 있다. 미국에서는 고철 값이 높아지자 묘지에 놓여 진구리 꽃병이 없어지고, 땅 속 깊이 묻혀 있던 전선까지 파내 훔쳐가는 바람에 야구장의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어 지역 청소년야구대회가 연기되기도 했다.

워싱턴의 모 빌딩에서는 전선을 몰래 뜯어가려다 감전이 돼 목숨을 잃은 도둑과 초등학교에서 전선을 훔치다 사망한 도둑도 있었다. 고철 도둑들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를 무해가스로 바꿔주는 촉매를 만드는 데 백금이 쓰인 다는 것을 알고 주차돼 있던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 촉매변환장치를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2008년에 발생한 이 사건은 백금 가격(1온스 31g에 120만원)이 4년 전보다 2배가 뛰어서 발생했다. 그밖에 간 큰 도둑들은 고철을 가득 실은 트럭이나 컨테이너박스를 통째로 훔쳐가기도 한다.

일본은 2006년도 한 해 동안 고철 절도 사건이 약 5700건, 피해액은 약 20억엔(약 157억원)에 달했다. 영국에서는 동상, 명판, 전선, 맨홀 뚜껑을 훔쳐가기도 했다. 예술품마저도 쇠붙이 도둑에게 수난을 당했다.

감정가가 50만 파운드(약 8억7000만원)에 이르는 영국의 유명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품<사진·옆으로 누운 사람>을 훔쳐 고물상에 단돈 8만원에 팔아넘긴 도둑도 있다. 헨리 무어의 해시계 추정가는 50만 파운드지만 실제 가치는 매길 수 없는 엄청난 미술품이었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한국 제외 사태가 고철 품귀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고철도둑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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