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택의 코칭칼럼] “그 친구 그냥 놔 둬”
[류호택의 코칭칼럼] “그 친구 그냥 놔 둬”
  • 류호택
  • 승인 2019.08.1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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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택 천년기업아카데미 박사
류호택박사·본사 고문(천년기업 경영원 대표)

상사는 부하에게 관심이 많다. 부하의 성과가 팀의 성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상사에게 인정받는 부하라면 직장생활이 즐겁겠지만 질책하는 상사를 만나면 가시밭길이 된다. 하지만 상사의 질책은 부하의 성장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잘못에 대해 무관심한 상사, 투명인간 취급하는 상사가 더 견디기 힘들다.

최근에 발효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이를 해소해 주길 기대해 본다. 그만큼 투명인간 취급이 힘들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하려는 것이다. 투명인간 취급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런데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상사는 이런 무관심을 사랑과 배려로 포장하기도 한다.

1985년 2월 15일 국제그룹이 해체 됐다. 그룹 해체와 동시 내가 속한 회사도 피 인수되었다. 기획과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그룹사 회장실로 발령이 났다. 적당한 후임자가 없어서 피 인수 회사의 기획과장직도 겸직했다. 피 인수회사 관리자의 운명이 그렇듯 상당수는 교체된다.

그 와중에 한 여직원이 지각을 했다.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 딴에는 그런 행동이 여직원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 후 명예 퇴직자 명단에 그 여직원이 포함되었다. 여직원의 신분을 보장해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요청했다. 뜻밖에도 여직원은 충격적인 말을 했다.

“과장님 제가 며칠 전 지각한 것아시죠? 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으셨어요?!”

나는 쇠망치로 뒷머리를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아니 무슨 뚱딴지같은 말을 하는 거야! 명퇴자 명단에 그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사랑과 배려의 마음으로 지각에 대해 아무 이야기하지 않은건데, 별 거지 같은 말을 다 하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정신 나간사람처럼 있었다. 그는 다시 이야기를 덧붙였다. “저는 차라리 과장님이 지각에 대해 나무라길 바랐어요.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지각은 잘못된 것 아닌가요? 그래서 저는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과장님은 아무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얼굴에 기분 나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그걸 보고 너무 괴로웠어요. 내가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요!”

아무 답변을 할 수 없었다. 당황해서 뭐라고 얘긴 했는데 도통 생각이 안 난다. 그가 명예퇴직한 후에도 한동안 그 말이 귓전을 때렸다.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의문은 십 수 년 동안 계속됐다. 해답은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찾았다. 무관심보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더 좋다는 사실이었다.

부하 직원은 상사의 무관심이나 방임을 가장 두렵고 고통스러워 한다. 투명인간으로 취급받는 사람은 정신적 고통 때문에 심리치료나 상담을 받아야 하거나 자살도 생각한다. ‘상사의 질책은 자신의 성장을 위한 회초리’라고 생각하면서 개선점을 찾아보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진정성 있게 잘못된 점을 말해 주는 상사가 자신을 성장시켰음을 알게 된다. 그것이 어렵다면 현재의 자리에 올 때까지 가장 영향력을 준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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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택 2019-08-16 07:30:36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잘 작동되길 빕니다